글을 쓰지 않은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직 배우기만 하고 표현하고 비판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생각은 전부 교조화될 것이다. 따라서 짧게나마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상호작용(interaction)은 사회과학의 핵심이다. 모든 흥미로운 사회적 현상들은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존재하는 개별 인간은 타인으로부터의 인과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좋든 싫든 우리를 추동하는 행동과 생각은 대부분 타인으로부터 비롯된다. 상호작용을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면, 사회를 분석하는 문제는 무척이나 어려워진다. 끝없는 인과의 사슬과, 개인과 개인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창발성을 분석하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이하 내용은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Reclaiming Reality) 5장에서 발췌 및 인용하였다. 번역본이 아닌 원서를 기반으로 서술하였기 때문에 번역본과 다른 번역어의 사용이 존재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2장 4절. 사회-개인의 관계에 관한 네 가지 모델(Four Models of the Society/Person Relationship) 1, 베버적 정형(The Weberian Stereotype)-주의주의(Voluntarism) 그림1.베버적 정형(Bhaskar, "Reclaiming Reality",Routledge, 2011:p.74) 사회적 대상(social object)은 의도적이가나 의미있는 인간 행동의 결과물이다(혹은 이로 구성되어 있다). 2. 뒤크켐적 정형(The ..
(바스카의 "비판적 실재론" 중 "실재론"부분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요약글이다. 이하 모든 내용은 위 책에서 발췌 및 인용되었음을 밝힌다) 2장:자연과학에서의 실재론에 관하여(Realism in the Natural Sciences) 1. 근래 과학철학계의 논쟁 과학이 그 발전에 있어서 일원적이며(monistic) 연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토대로한 실증주의적 세계관은 처참히 부서졌다. 그러나 그 이후 등장한 여러 대안들은 과학적 변화나 이론의 비연역적 요소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있어 합리성, 심지어 이해성(intelligibility)조차 일관적으로 유지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학철학은 새로운 인식론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바스카는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의 마지막 장인 9장에 가서야 "비판적 실재론이 무엇인가(What is Critical Realism?)이라는 제목을 통해 자신이 책의 도입부에서 던져놓았던 떡밥을 회수한다. 따라서 이번 글을 통해 9장의 내용을 요약 정리함으로서 바스카가 주장하는 비판적 실재론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한다. (이하 모든 내용은 『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Reclaiming Reality)에서 발췌 및 인용되었음을 밝힌다) 9장: What is Critical Realism(비판적 실재론이란 무엇인가?) 9장의 문제의식: 바스카는 1부에서 (a) 경험주의(empiricism) 및 이상주의(idealism) 를 비판하고 (b) 인간의 자기해방에 기여하는 과학을 돕기 위해 필..
이하 내용은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Reclaiming Reality) 5장에서 발췌 및 인용하였다. 번역본이 아닌 원서를 기반으로 서술하였기 때문에 번역본과 다른 번역어의 사용이 존재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현재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적 조류는 실증주의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능력 및 통계 기법의 발전을 토대로 표상으로 드러난 현실 그 자체에 천착하여 이론을 만들어내는 방법론을 지탱해주는 사조로서 감각 경험과 실증적 검증에 기반을 둔 지식만이 확실한 지식이라고 주장한다. 무척이나 직관적이고 우리의 경험기억과도 상당히 부합하는 듯 보인다. 한 예로, 우리는 명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 라크로스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라크로스를 하는..
제 2장 교환과정 (이하 모든 인용 텍스트 김수행 "자본론"에서 발췌) "모든 상품은 그 소유자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고 그것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사용가치다." 자신에게 사용가치가 있다면 자신이 사용할 것이고 시장에 팔려하지 않을 것이다. 교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교환을 위해 물건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발생하고 물건의 사용가치가 물건의 교환가치로부터 구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신에게 사용가치가 있지만, 급하게 유동성이 필요해 물건을 파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가? 즉,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이 응고되지 않은 상품들(위의 예시와 같이 중고품)들이 교환되는 현상에 대한 분석이 부재하다. 물론 중고품도 새 제품이였던 시절에 자신의 노동이 응고된 상품을 팔아서 획득한 것이기에 노동이 응고되어 있다고 할..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문득 학습단계론이 떠올랐다. 경제학 시험을 보고 난 이후에 구상이 되었는데 이론적 메커니즘(수학 공식, 도식 등)을 여러 버튼이 달린 강아지 장난감이라고 가정하면 0단계: 뭐가 뭘 작동시키는지 모르기 때문에 막 눌러본다. 보통 시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장렬하게 C+를 맞고 나오는 단계 1단계: 어떤 버튼들의 조합이 어떤 동작을 야기하는지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왜 그 조합이 특정 동작을 야기하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모델의 가정을 바꾸거나 응용동작을 요구하면 바로 멘붕에 빠지는 단계 2단계: 어떤 버튼들의 조합이 어떤 동작을 야기하는지 알고 있을 뿐더러 왜 그 조합이 특정동작을 야기하는지 알고 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는 단계 3-1단계: 강아지 장난감과 현..
사람들은 신을 추구하는 것을 맹종과 비합리성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진리에 대한 추구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근현대에 진리라는 개념이 '과학적 진리'와 동치로 사용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데 사실 진리는 상당히 신학적인 개념이다(일례로 성경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구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신이 완전하고 불변적이고 유일한것처럼 진리도 완전하고 불변적이며 유일하다. 우리는 진리(과학적 진리)에 대한 추구를 마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종교적인 것임을(즉 일종의 신념임을) 나는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인간의 태초적 불안정성과 유한함으로부터 기인되는 불안은 인간으로 하여금 완전하고 불변인 존재를 추구하도록 하는데, ..
요즘 통학을 하다보니 버스안에서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한남대교 위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지각하는 세상이 전부일까'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버스가 세브란스 암병원을 지나갈 때에는 내가 늙어서 암센터 병동에서 죽어가는 모습이 겹치고...하여튼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너무 좋다. 분주하게 살면서 사실 진정으로 '사유'할 수 있는 순간들은 몇 없었던 것 같다. 참 신기한게 군대에서도 그렇게 시간이 많았는데 진정으로 '사유'한 적은 많이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겐 물리적 억압이 정신적 억압으로 이어졌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도서관에서 동기들이랑 공부하고 백양로를 걸으며,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질문하고 논쟁하면서 묵혀있던 사유가 다시 깨어난 기분이다. 이번 글도 이러한 배경과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이 누구든, 어디에서 오셨든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유한하며 외로운 존재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합니다. 이 블로그는 유한성과, 외로움, 그리고 이로부터 귀결되는 허무주의에 맞서고자 개설되었습니다. 비록 이러한 과정이 영원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하는 시지프스의 삶과 같을지 모르나, 저는 실패의 과정속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블로그가 우리가 연대하고 같이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비단 우리의 고민과 연대가 삶의 근본적 질문들과 고통들에 한정될 필요는 없습니다. 짧지만 긴 우리 삶의 순간 순간마다 우리 주위의 누군가는 고통에 찬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청의 구조속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