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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내용은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Reclaiming Reality) 5장에서 발췌 및 인용하였다번역본이 아닌 원서를 기반으로 서술하였기 때문에 번역본과 다른 번역어의 사용이 존재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2장 4절. 사회-개인의 관계에 관한 네 가지 모델(Four Models of the Society/Person Relationship)


1, 베버적 정형(The Weberian Stereotype)-주의주의(Voluntarism)


     

그림1.베버적 정형(Bhaskar, "Reclaiming Reality",Routledge, 2011:p.74)

  

사회적 대상(social object)은 의도적이가나 의미있는 인간 행동의 결과물이다(혹은 이로 구성되어 있다).



2. 뒤크켐적 정형(The Durkheimian Stereotype)-물화(Reification)



그림2. 뒤르켐적 정형(Bhaskar, "Reclaiming Reality",Routledge, 2011:p.74)



사회적 대상은 자신만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며, 개인의 외부에 존재하면서 개인에게 강제력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위의 대립되는 관점을 통합하는 일반적인 모델은 없을까? 이하에서는 그러한 모델 중 하나인 버거 모델을 소개하려고 한다. 


3. 버거 모델(Berger model)-'변증법적' 관념(The 'Dialectical' Conception) 


   

그림3. 버거 모델(Bhaskar, "Reclaiming Reality",Routledge, 2011:p.75)



버거 모델에 의하면 사회구조는 이를 형성한 인간의 행위 없이 스스로 존립할 수 없다. 그러나 우선 사회구조가 형성된 이상 개인은 이를 현사실성이자 강제적인 수단으로서 마주한다.  이처럼 자연적 사실과 사회적 사실이 근본적으로 구분지어짐으로서, 즉 사회적 사실은 인간 행동과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나 자연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구분으로 인해 베버적 전통의 주의주의적 함의와 뒤르켐적 전통과 연관된 물화 모두 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위 모델의 지지자들은 '나의 생각을 표현하기위해 사용하는 기호체계, 나의 빚을 갚기 위해 사용하는 통화체계, 나의 상업적 관계에서 사용하는 신용의 수단들 등은 (그들을) 내가 사용하는 것과 독립적으로 기능한다'는 뒤르켐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이들은 이러한 체계, 수단 등을 특정 조건하에서 소외된 형태를 띄는 객관화(objectivations)로 여긴다. 즉, 이들에게 객관화(objectivations)란 '인간의 주관성이 자신과 주위사람에게 공통된 세계의 요소로서 존재하는 물건에 구현되는 것'을 의미하며 소외(alienation)란 '만드는 과정과 완성품의 일체성이 깨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어들, 경제 및 정치 조직의 형태들, 문화 및 윤리 규범들은 모두 인간의 주관성이 구현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와 같이 바라보지 않는 의식은 물화된 것이다. 그러나 물화는 객관화와 구분되어야 한다. 물화는 객관화의 과정 중의 한 순간으로서, 인간이 그의 만드는 과정과 그 완성품으로부터 거리를 확립하여 이들을 인지하며 그의 의식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버거 모델에 의하면, 사회는 사람들의 객관화 혹은 외재화(externalization)이며 사람들은 그들의 의식에 있어 사회의 내재화(internalization) 혹은 재전용화(reappropriation)이다. 바스카는 위 모델이 현실을 심각하게 호도한다고 생각한다. 바스카는 위 모델이 우리의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에 관하여 주의주의적 관념론을, 우리의 개인들에 대한 이해에 관하여 기계론적인 결정주의를 장려한다고 주장한다. 바스카는 개인과 사회는 변증법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과 사회는 같은 과정의 두 순간들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을 각각 가리키는 것이다.


우선 사회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뒤르켐의 논의로 잠시 돌아와보면 언어 사용자가 자신의 언어구조가, 혹은 신자가 자신의 종교의 믿음과 관행들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이(즉 그들-언어구조, 믿음 관행-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를 선행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존재가 자신의 에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이러한 사실로부터 그들의 강제적인 힘(coercive power)이 비롯된다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고 사회구조 및 자연세계(인간에 의해 전용된 범위까지)가 항상 이미 만들어져있다면 버거의 모델은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사회가 인간의 행위 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여전히 사실이기에 물화는 여전히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인간의 행위가 행위하고 있는 인간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관념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사회를 만든다고(create) 주장하는 것은 더이상 타당하지 않다. 우리는 대신 인간들이 사회를 재생산(reproduce)하거나 변화(transform)시킨다고 해야한다. 이말은 즉슨, 만약 사회가 이미 만들어져있다면, 어떠한 실체적 인간 실천(praxis), 혹은 객체화도 사회를 오직 변화시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들의 총체는 사회를 유지하거나 변화시킨다. 사회는 개인들의 행위의 산물이 아닌것이다(그들의 행동이 사회로인해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 아닌것처럼). 따라서, 사회는 개인들에게 있어 그들이 절대로 만든 것은(형성한 것은)아니나 오직 그들의 행위로 인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스카가 제안하는 대안적인 모델은 다음과 같다: 사회는 개인들 이전에 이미 존재하며, 따라서 개인들은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란 개인들이 재생산하거나 변화시키는 구조들, 관행들 및 관습들-개인들이 재생산하거나 변화시키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을-의 앙상블이다. 사회는 의식적인 인간 행위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물화의 오류). 그러나 사회는 인간행위의 산물이 아니다(주의주의의 오류). 이 모델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4. 전환적 사회행위 모형(The Transformational Model of Social Activity)



그림4. 전환적 사회행위 모형 (Bhaskar, "Reclaiming Reality",Routledge, 2011:p.77)



재생산/변화의 반대급부는 무엇인가?(그림에서 왼쪽편의 하강하는 두 화살표) 그것은 바로 사회가 의도적인 인간행위에 필요한 조건들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주어진 사회적 맥락하에서 적절한 기술집합 및 소양이 획득되는 과정을 일반적으로 '사회화'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델 1에서는 행위는 있으나 조건이 없으며, 모델 2에서는 조건이 있으나 행위는 없고, 모델 3에서는 그 두개가 구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 따라서 뒤르켐에서 주관성(subjectivity)은 오직 내재화된 형태의 사회적 제약이라는 외피아래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보면 진정한 주관성이란 주체가 행동할 수 있는 조건들 및 물질들(예를 들어 언어)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델 4는 물질적 연속성에 대한 강조로 인해 변화라는 개념과, 이로 인해 역사라는 개념을 뒷받침 할 수 있다. 반면 모델 3은 불완전한 사회 형성을 수반하는, 지속적이며 '진정으로 새로운'  재생산을 포함하는 듯 보이며(미스터리하다), 베버적 정형에서는 변화는 대조로 축소되며 뒤르켐적 정형에서는 변화는 외생변수에 의존해야만 설명될 수 있다. 나아가 모델 4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판별하는 명확한 기준-사회 형태들의 끊어짐, 변이 혹은 변환을 발생시키거나 구성하는 사건들(예: 달턴이 기상학자로서 받은 교육 혹은 프랑스 혁명)-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개인의 행위와 사회 구조를 구분하는 것은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는가? 우선, 사회 형태가 지닌 특징들은 그 형태들이 의존하고 있는 개인들의 행위가 지니고 있는 특징들과 매우 다를 수 있다. 한 예로, 이제는 목적성, 의도성, 그리고 자아의식이 개인들의 행위를 특징지으나 사회 구조의 변화를 특징짓지는 않는다고 모순없이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바스카는 인간 행위의 기원이 되는 두 축을 구분짓고자 한다: 인간 행위는 개인들의 근거, 의도, 그리고 계획에서 비롯되는 동시에 사회적 행위들을 재생산하고 변환시키는 구조에서부터 기인한다. 이와 같이 심리적 요소(the psychological)과 사회적 요소(the social)을 구분하는 것은 우리의 직관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우리는 쓰레기가 수거되는 이유가 쓰레기수거원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이유와 동일하다고 가정하지 않는다(물론 그 이유는 쓰레기수거원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이유에 의존하지만). 그리고 우리는 문법이 우리의 발화습관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거나(물화) 혹은 문법이 우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규정한다는 가정을 하지 않고 우리의 발화가 문법에 의해서 규율된다는 명제를 받아드릴 수 있게 된다. 문법은 자연 구조와 같이 우리가 발화할 수 있는 형식에 제한을 가하나 우리의 발화자체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사회과학에 대한 위와 같은 관념은 인간의 주체성(human agency)을 보존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개인주의적인 환원의 가능성에 의존하는 생성(만듬)에 대한 환상(논리적 혹은 역사적)으로부터 탈피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사회과학의 과제는 다양한 형식을 지닌 의도적 행위들의 구조적 조건들-한 예로 크리스마스 쇼핑이 가능하기 위해 어떠한 경제적 과정들이 있어야 하는가-을 규명하는 것이다(그러나 그러한 구조적 조건들은 의도적 행위들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개인들은 그들의 의식적인 인간 행위에 있어 그들의 행위를 규율하는 구조를 (주로) 무의식적으로 재생산하거나 변화시킨다. 사람들은 핵가족을 재생산하기 위하여 결혼하지 않고, 자본주의 경제를 재생산하기 위하여 일하지 않으나 이들은(구조들은) 그들의 행위의 의도되지 않는 결과이자 그들의 행위에 필요한 조건으로서 역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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