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단계론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문득 학습단계론이 떠올랐다. 경제학 시험을 보고 난 이후에 구상이 되었는데
이론적 메커니즘(수학 공식, 도식 등)을 여러 버튼이 달린 강아지 장난감이라고 가정하면
0단계: 뭐가 뭘 작동시키는지 모르기 때문에 막 눌러본다. 보통 시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장렬하게 C+를 맞고 나오는 단계
1단계: 어떤 버튼들의 조합이 어떤 동작을 야기하는지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왜 그 조합이 특정 동작을 야기하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모델의 가정을 바꾸거나 응용동작을 요구하면 바로 멘붕에 빠지는 단계
2단계: 어떤 버튼들의 조합이 어떤 동작을 야기하는지 알고 있을 뿐더러 왜 그 조합이 특정동작을 야기하는지 알고 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는 단계
3-1단계: 강아지 장난감과 현실세계의 간극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강아지를 분해해보는 단계. 현실과 동떨어진 부품들을 갈고 보완하면서 현실과의 간극을 줄인다.
3-2단계: 부품만 가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강아지를 박살내고 새로운 강아지를 디자인한다.
2단계까지가 학부생들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단계라는 생각이 들고, 석박사 단계에서 보통 3-1단계(몇몇 경우는 3-2까지)를 밟지 않나 생각이 든다. 2단계까지는 기존 이론의 답습 및 적용이기 때문에 학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고, 3-1단계 및 3-2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3단계 과정 전반에 녹아있는 현상의 추상 및 사상 능력이 뛰어난 학자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라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갈길이 멀다. 내 주위의 뛰어난 친구들이 보통 2단계까지는 문제가 전혀 없으나 3단계의 벽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2단계와 3단계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달라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단계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창의성-추상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어느정도 타고난 것인가.
꾸준히 고민하고 생각을 열고 토론해나가야겠다.